다음은 대전의 심임규씨께서 96,10,15일 보내오신 꿈이야기이다.
96년 4월 어느날 꿈이다. 3년전에 사 놓았던 교외의 남루한 시골
집을 사용하려고 헐고 터파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전날 밤 꿈
을 꾸었다.
캄캄한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붙잡으며 자기가 기
거할 곳을 마련해 달라고 한다. 눈을 뜨고 보니 옷은 입었는데, 산
사람이 아니고 죽은 해골이다. 꺼림칙하기도 하고 내심 마음이 내키
지 않아 일어나서 피해나가려고 하자 나의 바지를 붙잡고 매어달리
며 애원을 한다. 내가 매어달리는 것을 뿌리칠려고 하면 할수록 더
욱 끈질기게 온힘을 다해 매어달리며 실랑이를 했다.
다음날 아침에 간밤의 꿈을 잊어버리고 출근을 하여 업무를 보고
점심을 먹고나니 터파기 진전상황이 궁금하여 현장에 갔다. 그런데
그곳은 지목이 임야로 되어 있는 곳인데 터파기를 하다가 무연고 관
이 나왔다는 것이다. 뽀송뽀송한 뼈마디를 제외하고는 모두 썩어 없
어졌다며 비닐에 싸놓고 있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처음 당하는 일이
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삼베와 널판지 북어포와 소주를 준비하고
동네사람 두 사람을 사서 동네산 양지바른 곳에 이장을 하고 낙엽으
로 덮어 주었다. 어젯밤 꿈 생각이 떠올랐기에 정성을 드리느라 노
력을 하였으며, 속회 준비로 차에 싣고 다니던 성경과 공과책이 있
었기에 심방용 성구를 찾아 히브리서 11장 13--16절의 말씀을 통하
여 기도하며 고인의 넋을 위로하였다. 그후 며칠간을 다시 꿈에 나
타나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며 지냈다. 그러나 꿈은 꾸지 않았고
점차 마음의 평온을 되찾게 되었으며 그 날의 꿈이 고맙게 여겨지게
되었다.
으스스한 꿈이야기 내용이기도 하다. 선인들의 꿈에도 이와 같은
류(類)의 꿈이 상당수가 있는데, 오늘날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
한 유(類)의 수많은 꿈들은 영령의 고지(告知), 계시가 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계시적 꿈이 일부의 경우에 신성시하거나 자신의 목
적달성을 위해서 일부 지어낸 꿈도 있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이성
계가 임금에 오르기 전에 꿈에서 동국지방을 측량토록 하라는 계시
와 함께 자를 받았다는 꿈을 들어 자신이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인물
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스승이신 한건덕 선생님은 꿈속의 산신령이나 기타의 인
물들은 신성(神性)을 지닌 잠재의식의 자아가 분장출현한 것이다 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된다.
다만, 이 점에 있어서는 좀더 연구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영
령들의 계시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꿈의 사례로 보아 꿈을 통
한 영령과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필자는 꿈은 무지개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꿈은 다양한
색상의 무지개 빛깔처럼 다층적 다원적인 양상을 띠고 나타나고 있
다. 가장 많이 보여지는 것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지하는 경우,
자신의 소망이나 불안한 잠재심리의 표출하는 경우, 자신의 신체이
상을 알려주는 경우의 꿈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죽은 사람, 조상,
오래된 꽃이나 나무·거북 등 영적인 대상의 계시·교감이 꿈을 통
해 이루어지고 있다.
심임규씨의 꿈은 이러한 죽은 영령의 넋이 꿈을 통해 나타난 경우
이다. 이 경우에 꿈을 허황된 것으로 여겨 계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심한 경우에 죽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또한 부탁을 들어줄 경우에
보은(報恩)에 대한 보답으로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가고 있음을 본다.
이러한 유(類)의 수많은 선인들의 꿈들은 영령의 고지(告知)·계
시가 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옛 선인들의 기
이한 꿈이야기를 믿고 안 믿고는 본인의 자유의지이겠지만, 우리 모
두 꿈으로 보여주는 신비스러운 영령들에 대한 사실이 있었음은 부
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꿈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에는 하나님, 부처님을 떠나서 신
비스러운 영령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그리하여 자신
만을 알고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무리들에게 신령스러운 정의의
세계가 존재함을 깨우쳐주고 있다. 끝.
